냉정과 열정사이 줄거리
10년 전 대학에서 아오이를 만나 연인이 되었으나, 집안의 반대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오해를 하고 헤어진 뒤 피렌체에서 전공인 국문학과는 관계없지만 취미로 삼던 미술적 재능을 살리고자 고미술품 복원사가 되기 위해 이탈리아로 유학을 떠나 견습생부터 시작하여 현재 복원사로서 일하고 있습니다. 준세이는 아오이를 가슴에 품고 살고 있었습니다. 준세이는 아오이와 한, 30살의 생일날 피렌체의 성당에서 함께 시간을 보내자는 약속을 잊지 않고 있습니다. 어느 날 준세이는 우연히 친구에게서 아오이가 밀라노의 보석 가게에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고, 그녀를 찾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부유한 미국계 사업가인 마브와 화려한 생활을 누리고 있었고, 준세이는 도망치듯이 다시 피렌체로 오게 됩니다. 피렌체로 돌아온 준세이는 일하던 공방에서 의뢰했던 작품이 누군가에 의해 심각하게 훼손당한 뒤 공방을 떠나서 일본으로 귀국해 잠시 휴식을 가지며 그동안 자신을 둘러싸며 일어난 이해 못할 사건들에 대한 진실을 하나하나 알게 되며 한 단계 성숙해지면서 마음을 다잡고 이탈리아로 다시 돌아와 복원사의 길을 이어가게 됩니다.
준세이는 아오이와 함께했던 추억의 장소를 찾아가 보지만, 장소들은 모두 사라져버렸습니다. 그 무렵 친구로부터 아오이가 자신을 떠나게 된 비밀을 알게 된 뒤 준세이는 밀라노에 있는 그녀에게 편지를 띄웁니다. 답장을 기다리던 어느 날 피렌체의 스튜디오로부터 연락이 오고, 준세이는 피렌체로 옵니다. 드디어 아오이의 서른 번째 생일날, 준세이는 10년 전 약속을 지키기 위해 피렌체의 성당으로 발걸음을 옮깁니다.
시간이 지나고 드디어 10년 전의 약속을 지키러 피렌체의 두오모에 올라간 준세이는 아오이를 만나게 됩니다. 아오이는 준세이를 공원으로 데리고 갑니다. 그때 아오이와 준세이가 첫 키스를 했을 때의첼로 연주곡이 흘러나오게 되고, 둘이 애써 냉정으로 꼭꼭 감춰왔던 열정이 드러나게 됩니다. 아오이는 다시 냉정을 되찾으며 밀라노로 돌아간다고 하고, 준세이는 공원에 다시 찾아가게 됩니다. 그 때 아오이가 일부러 그 곡을 요청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아오이를 잡기 위해 역으로 달려갑니다. 그러나 이미 밀라노행 열차는 출발하고 말았는데, 직원에게 유로스타를 타면 방금 떠난 열차를 따라잡을 수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됩니다. 결국 둘은 다시 만나게 되고 서로 웃으며 영화는 막을 내립니다.
감동의 OST
냉정과 열정 사이는 일본의 대표적인 작가 에쿠니 가오리와 츠지 히토나리가 각자 남녀의 시각에서 쓴 동일한 사랑 이야기를 담은 동명의 베스트셀러를 원작으로 주옥같은 명대사와 남자 주인공 다케노우치 유타카의 내레이션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원작의 섬세한 감성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대사들은 사랑에 대한 깊은 공감을 불러일으키며 관객들의 엄청난 사랑과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죠. 또한 지금까지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요시마타 료와 엔야의 OST 음악은 영화에 더욱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음악만 들어도 가슴이 벅차오르며, 영화의 명장면들이 자연스레 떠올려지는 이 압도적인 OST 음악은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는 준세이와 아오이 간의 10년에 걸친 운명적 사랑의 대서사를 감동의 선율로 전달합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는 OST가 두 가지입니다.
하나의 버전은 연주곡 집으로 요시마타 료가 제작한 음반입니다. 여기엔 오케스트라가 연주하는 17곡의 테마곡이 실려 있습니다. 오케스트라 테마곡 집이라고 하면 그저 가벼운 배경음악이나 효과음 정도로 생각하기 쉽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오케스트라 버전은 가벼운 피아노곡에서 웅장한 관현악곡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음악을 싣고 있습니다. History 등에선 엔니오 모리코네가 만들었던 몇 가지 영화음악이 연상되기도 합니다. 요시마타 료는 비교적 짧고 간결한 선율의 음악으로 영화를 장식하고 있으며 편곡의 묘미를 살린 오케스트라 연주를 끌어냈습니다. 엔니오 모리코네, 러브레터의 음악을 만든 리미디오스, 그리고 가브리엘 야레와 존 베리의 그림자를 감지할 수 있는 냉정과 열정 사이의 오케스트라 OST는 낭만적 음악을 들려주고 있습니다.
또 하나의 버전은 엔야가 만든 테마음악 집 입니다. 엔야는 아일랜드 출신의 여성 음악인으로 뉴에이지와 팝을 접목한 곡들로 팬들에게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녀는 이전 곡들과 신곡을 골고루 섞어 하나의 음반을 만들었다. Wild Child와 Watermark 등은 이전 엔야의 곡을 다시 사용한 것이며 신곡 2곡이 포함되었습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엔야의 음악은 준세이와 아오이의 테마곡처럼 인상적으로 쓰였습니다. 영화는 이탈리아에서 많은 장면이 촬영되었으며 회화 복원이나 보석가게 등 고풍스러우면서 귀족적 면모를 지니고 있는 게 사실. 엔야의 편안하면서 일견 고전적인 뉘앙스를 지닌 음악들은 냉정과 열정 사이가 멜로영화로서 품격을 갖도록 합니다. 특히 영화 엔딩곡으로 쓰인 Wild Child는 귀 기울일 만합니다.
감상평
오렌지색 지붕으로 가득한 피렌체의 하늘, 두오모 성당, 베키오 다리 등 아름다운 풍광에 사로잡히다 보면, 어느새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 주옥같은 명대사들의 향연에 빠지게 되는 것 같습니다. 지나간 사랑의 아련함과 기적처럼 다시 찾아온 사랑에 대한 감동으로 풍성하게 채워진 감성 멜로는 다시 봐도 설렘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피렌체 두오모 성당에 수많은 연인을 오르게 한 장본인이기도 한 이 영화. 실제 이 영화 개봉 후 피렌체 관광이 폭발적으로 급증하기도 했습니다. 남자 주인공 준세이는 미술품 복원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는데, 뜨거웠던 과거의 사랑을 되돌리려는 캐릭터에 부합되는 설정이면서도 피렌체라는 도시의 매력을 강하게 어필합니다.
역사와 현재가 혼재된 이탈리아의 이국적이면서도 아름다운 풍광은 시각적인 볼거리를 주는 것에 국한되지 않고 과거의 영화 속에 그 기운이 사라져가는 오래된 도시와 화려했던 이탈리아 황금기의 오래전 화가들의 미술품을 복원하는 주인공의 작업 속에서 지난 시간을 되돌린다는 것의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합니다. 냉정과 열정 사이는 아오이와 준세이의 끊을 수 없는 운명 같은 사랑 이야기지만, 한편으로는 이 둘을 순수하게 사랑했던 마브와 매미에게는 큰 상처가 되었을 수도 있습니다.
다른 사랑을 시작할 땐 항상 매듭을 짓고 시작하는 게 새로운 사람, 그리고 과거에 대한 사람에게 예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서로 강하게 원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냉정하게 돌아서는 아오이. 둘 다 냉정한 것처럼 보이지만 마음속에는 뜨거운 열정을 감추고 있죠. 그래서 제목이 냉정과 열정 사이 인 것 같습니다. 대사 하나하나가 다 명대사인 냉정과 열정 사이. 이 영화를 보시면 아마 피렌체와 사랑에 빠지며 사랑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되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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